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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

[음악]Slide away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였나 교회에서 드럼치는 형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무작정 부모님을 졸라 드럼 학원을 보내달라 했다. 당신들은 얘가 무슨 바람이 불었나 하셨을 거다. 그렇게 드럼 스틱을 처음 잡았고, 음악이라는 세상이 내 삶에 들어왔다. 

 

Oasis 1집 Definitely Maybe

 

Oasis의 slide away는 학원에서 3번째인가 4번째로 연주했던 곡이다. 빅뱅, 2NE1이 작은 MP3 플레이 리스트 전부였던 나에게 브릿팝은 충격이었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있었던 시간이 더 적었을 거다. 계속 들었다. 가사 하나 못 알아들으면서 그냥 계속 들었다. 

 

slide away 악보를 처음 받은 날, 날이 추웠다.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가던 길, 그 때 공기, 설레는 감정이 생생하다. 기억은 시간에 비례해 희미해졌지만, 느낌은 선명하다. 감정이 기억으로 저장되는 건 아닌가 보다. 

 

그 뒤로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연주하고 들었다. Oasis의 노래가 꽤나 오랫동안 귀를 떠나 있던 적도 있었다. 음악이 얼마나 형형색색의 매력을 펼치던지! 그러다 문득 돌아 와 다시 들으면, 또 그때의 설렘이 되살아나 숨을 있는 힘껏, 길게 마실 수 있었다. 찬 공기가 들어오면 더 좋다, 잠시나마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거의 10년만에 slide away 가사를 들여다보았다. 그 중 한 소절에 마음이 아찔했다.

 

Let me be the one who shines with you
In the morning we don't know what to do

 

지독하게 진한 고백이라 머리가 어지러웠다. 향이 진한 꽃을 잔뜩 뿌린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 났을 때 뭘 해야 될지 모르겠을 때가 종종 있다.

뭘 하고 있었지?  그럴 때, 옆에 함께 빛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행복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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